통영 동피랑마을에 올라가면 벽화 앞에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막상 내려오면 배가 고파서 발이 먼저 움직인다. 동피랑 입구부터 중앙시장 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관광객이 줄 서는 집이 몇 군데로 정리된다. 사진 찍고 바로 먹방으로 넘어가는 동선이 딱 맞는 곳들이다. 폼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조합이라 한 번 짜두면 통영 하루가 편해진다.
동피랑마을에서 내려오는 길, 어디서 먹을까
동피랑마을은 언덕에 있다. 올라갈 때는 가볍게, 내려올 때는 배고프게 된다. 그래서 보통 벽화마을 구경을 마치고 강구안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한 끼를 해결한다. 이 동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충무김밥이다. 통영 사람들은 아침에도, 점심에도, 간식처럼도 먹는다. 김밥이라고 하면 김에 밥을 말아 김을 두른 모양을 떠올리는데, 충무김밥은 밥만 동그랗게 말아 김 없이 내고 오징어무침과 석박지무침을 곁들인다. 처음 보면 당황스럽지만 한 입 먹으면 왜 이렇게 먹는지 이해된다.
동피랑 근처에서 충무김밥을 고를 때는 두 가지를 본다. 첫째, 오징어무침이 매콤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은지. 둘째, 밥이 질지 않고 고슬고슬한지. 김 없이 밥만 먹기 때문에 밥알 상태가 맛을 좌우한다. 관광지 바로 앞집은 대기 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도 선택지가 늘어난다.
충무김밥 한 줄로 끝내는 법
- 동피랑 입구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들어가지 말고, 중앙시장 쪽으로 5분 더 걷는다.
- 한 줄에 김밥 10개 정도가 나오니 두 명이면 한 줄, 세 명이면 두 줄이 무난하다.
- 오징어무침이 남으면 밥에 얹어 먹거나, 석박지와 함께 싸 먹으면 맛이 또 달라진다.
- 포장이 가능한 집이 많으니 다음 일정이 있으면 포장해서 이동 중에 먹는다.
사진 찍고 바로 먹방, 해물찜과 해물뚝배기
통영은 바다 도시다. 동피랑 근처에도 해물찜, 해물뚝배기, 굴 요리를 내는 집이 많다. 사진 찍고 내려와서 따뜻한 뚝배기 하나 걸치면 속이 풀린다. 특히 쌀쌀한 날이나 비 오는 날에는 국물 요리가 진리다. 다만 해물찜은 양이 많고 가격대가 있는 편이라 인원을 잘 맞춰야 한다. 두 명이서 해물찜 하나에 충무김밥 한 줄을 곁들이면 딱 좋다.
해물뚝배기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적다. 순두부처럼 얼큰한 국물에 조개, 새우, 오징어가 들어가고, 마지막에 라면 사리를 넣어 먹는 집도 있다. 여기서 팁 하나. 국물을 다 마시기보다 밥을 말아 먹으면 배가 든든해진다. 그리고 해물은 익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조개가 입을 벌리면 바로 건져 먹어야 질기지 않다.
해물 요리 고르는 기준
- 오늘 들어온 해산물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걸로 주문한다.
- 해물찜은 2인 이상, 해물뚝배기는 1인도 가능한지 확인한다.
- 매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지 미리 말한다.
- 남은 국물은 포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양을 보고 주문한다.
디저트로 마무리, 꿀빵과 통영 간식
동피랑 근처에서 밥을 먹고 나면 단 게 당긴다. 통영 하면 꿀빵이다. 팥이나 고구마 앙금을 넣은 빵에 꿀을 입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갓 튀겨낸 꿀빵은 댕귀엽다 싶을 정도로 작고 동글동글해서 사진도 잘 나온다. 하지만 꿀빵은 기름에 튀긴 뒤 꿀을 입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진다. 사서 바로 먹는 게 가장 맛있고, 남으면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데우면 바삭함이 어느 정도 돌아온다.
꿀빵 외에도 통영에서는 어묵, 멍게비빔밥, 굴구이, 물회 같은 간식과 별미가 많다. 동피랑에서 중앙시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작은 가게들이 이어지니 하나씩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다만 시장 안쪽은 오후에 문을 닫는 집도 있으니 너무 늦게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동피랑 근처 먹방 체크리스트
- 벽화마을은 오전에 보고, 점심은 11시 30분 전에 들어가면 줄이 짧다.
- 충무김밥, 해물뚝배기, 꿀빵 순서로 먹으면 배가 터지지 않는다.
- 현금을 조금 챙기면 시장 안 작은 가게에서 편하다.
- 물과 물티슈는 필수. 해물 요리 후 손이 끈적해진다.
- 주차는 동피랑 입구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식당 앞 주차는 포기한다.
이런 실수는 피하자
첫째, 동피랑 정상에서 바로 먹으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 마을 안에는 식당이 거의 없고, 있어도 대기 줄이 길다. 둘째, 충무김밥을 일반 김밥처럼 생각하고 여러 줄 주문하면 남는다. 밥과 무침이 따로 나오기 때문에 생각보다 배가 빨리 찬다. 셋째, 해물찜 가격을 확인하지 않고 주문하면 당황할 수 있다. 시가에 따라 달라지므로 주문 전에 물어보는 게 기본이다. 넷째, 꿀빵을 대량으로 사두면 눅눅해진다. 선물용은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하고, 먹을 것은 소량만 산다.
그리고 관광지 특성상 성수기에는 웨이팅이 길다. 억까 같은 상황을 피하려면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가거나, 점심 피크를 살짝 비껴가는 게 낫다. 오히려 좋아, 사람 없는 골목 작은 집이 더 만족스러울 때도 많다.
통영 하루 동선 예시
오전 10시 동피랑마을 입구 도착, 벽화 구경 40분. 11시 강구안 방향으로 하산. 11시 20분 충무김밥 한 줄. 12시 해물뚝배기나 해물찜으로 메인 식사. 1시 30분 중앙시장에서 꿀빵과 어묵 간식. 2시부터 동피랑 케이블카나 서호시장 쪽으로 이동. 이렇게 짜면 사진도 먹방도 놓치지 않는다. 통영은 걸어서 해결되는 구간이 많아서 동선만 잘 잡아도 하루가 알차다.
동피랑마을 근처 맛집은 결국 세 갈래로 정리된다. 충무김밥, 해물 요리, 꿀빵. 이 셋만 기억해도 통영에서 배고플 일은 없다. 사진 찍고 바로 먹방, 그 순서대로 움직이면 된다.